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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개발자의 직장 생활

시뻘건볼때기 2020. 7. 1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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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는 지금 주니어 개발자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열정에 불타오르던 때가 어끄제 같다. 신입이었을 때는 무조건 잘보이고 싶은 마음과 "열심히 하는 신입" 혹은 "노력하는 신입", "동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신입"으로 인정받고싶었다. 2년 4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오로지 "일 잘하는 대리"로 인정 받고 싶다. 일을 잘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내가 신입으로 첫 직장에 다닐 대, 생각했던 모습과 굉장히 달랐다. 개발본부 모두가 굉장히 바쁠 시즌에 입사한 것이다. 우리 팀은 그 중에서도 가장 바빠보였고, 신입동기가 없던 나는 외로움과 긴장을 동시에 타면서 직딩의 꽃봉우리가 나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봐야 하는데 물어볼 곳이 없었다. 바로 윗 분은 어마무시하게 예민하셨던 차장님이셨는데 항상 화가 나계셨다. 다른 팀원은 없었다. 차장과 신입..그리고 팀장이 한 팀이었다. 물어보기 전에 눈치를 보면 "아.. 지금은 물어볼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생각만 할 뿐, 물어보질 못했다.

 

 

  우리는 사내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글링 해도 알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구글링해서 찾지만, 사내 프레임워크에 대한 것은 Confluence를 통해 알아봐야 했고 그렇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질문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프레임워크 코드를 까보기도 하고, 테스트를 해보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어려웠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벽에 부딛힐 때마다 정답을 요구했다면, 난 지금만큼 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경험

  보통은 개발 전에 여러 팀과 회의를 수 차례 진행 하고 설계를 진행한다. 설계가 어느정도 잡히면 개발 일정을 픽스하고 개발 업무에 돌입하며 테스트가 끝나는 대로 코드리뷰를 시작한다. 코드리뷰로부터 리펙토링 및 수정이 완료되면 QA 진행 후 배포가 된다. 때때로 프로세스가 다를 때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개발 우선순위가 뒤바껴 개발하던 이슈를 잠시 밀어두고 새로운 이슈를 먼저 개발하는 경우가 아주아주 종종 생긴다. 단지, 급하다는 이유로 인해서... "윗분이 관심을 가지는 프로젝트다." 혹은 "개발일정이 픽스되서 들어왔다. 무조건 해야한다." 등등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개발 도중 홀딩하는 상황이 많았다. 혹은 동시에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신입사원이 여러 서비스의 개발 이슈를 동시에 개발하는 것은 굉장히 벅차고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떡하나, 팀장님의 선택을 고작 몇 개월 채 되지 않은 신입이 "안된다, 못한다" 라고 이야기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밤을 새기도 하고 주말 출근도 해가며 열심히 했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면 항상 코드리뷰 시간에 피드백이 수 십개가 나온다.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되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난 개발자로서 자질이 없다.", "왜 이것 까지 생각을 못했지?", "개발자 하지말까.. 다른 일을 생각해보자." 등등 아주 자존감이 낮아지기 시작한다. 이런 트라우마로 인해 매번 개발 할 때마다 실수가 두렵고 몇 번을 diff 때려서 누락된 코드가 없는지, 오타가 있는지 없는지 눈이 아프도록 찾아본다.

 

 

불안감에 대한 결과

  현 직장에 존경하는 사람이 몇 분 계신다. 결혼을 하시고 딸이 있는데도, 자기계발을 철저히 하시고, 매일 책을 읽으시며 전공 공부를 끊임없이 하시는 분, 자신보다 팀원을 먼저 생각하고 팀원의 환경에 힘을 써주시는 분, 묵묵하고 아무 말 없이 과한 업무량을 완벽에 가깝게 일처리를 하시는 분.

  난 맘 속으로 항상 이런 분들과 나를 비교한다. 한 마디로 채찍질을 한다. 그래야 내가 본 받고 깨닫고 정신차리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러한 짓거리(?)가 나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만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 최근 나는 실수의 반복을 하면서 사고를 친적이 있다. 그 이후에 자신감은 전혀 없었고, 개발자를 그만 두고 싶었다. 그런데 우연히 자존감에 대한 어느 글을 보고 느꼈다. 남과 비교하면 안되는구나. 그게 나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대학생 때부터 어디서 뭘 하든 인정을 받았던 나인데, 직장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대학교 2학년 때인가 전과를 마음 먹었을 때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라는 생각으로 연구실에 들어가 열나게 공부를 했더니 학점을 지킬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그 때처럼 해보자는 생각으로 업무시간이 끝나면 1시간 동안 책을 읽고 퇴근하고, 운동이 끝나면 집에서 매일 공부를 하고 잠을 잤다. 그런데 왜 아직 변한게 없을 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개발을 잘 하지 못할까. 결국 난 퇴사를 결정했다.

  팀장님께 말씀 드렸다. "퇴사하고 싶어요. 개발자 그만 두고 싶습니다." 여러 말씀을 해주셨지만, 결론 적으로 "우리 팀에 너 없으면 안돼."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내가 개발하면 동료가 더 힘드니까 내가 없는게 업무 효율이 더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니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다시 한 번 해보려고 한다.

 

다른 직장은?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 다니고 있는 이 직장이 힘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직을 해서도 똑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위 개발자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같은 이야기를 한다. "너네 회사는 엄청 좋을 회사네~ 우리 회사는 말야 ........"라고. 어느 회사를 가던, 힘든건 매 한 가지고 골치 아픈건 똑같을 것이다. 그러니 "나"를 다시 되돌아보자. 이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다음 회사는 조금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직 했다가, 그 회사가 더더욱 맘에 들지 않는다면? 굳이 인생을 걸 만큼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나지 말자.

 

 

  신입이라는 타이틀을 잘 이용을 하면 뭐든 할 수 있다. (왜 요즘 군대에서도 이등"별"이라고 하듯이.)

코드리뷰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좋은 코드리뷰 프로세스를 잘 찾아보고 정리해서 여러 개발자를 대상으로 제안을 해보자. 코딩 스타일이 마음에 안든다면 어떤 코드가 좋은 코드인지 공부하고 제안하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경력을 가지고 계시는 동료들의 생각도 함께 정리를 하는 것이다. 위에서 찍어 누르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기술적 혹은 이론적으로 타당한 사유로 인해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찾아보고 공부해보자. 물론 나도 도전을 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굉장히 어려운 시간이었다..

 

  잘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내 위치에서 불평불만만 있는대로 퍼부우면서 입은 댓 발나오지 않았는지. 뭔가 마음에 안들면 바꾸려고 노력해보자. 쉽지 않지만, 누적이 되다 보면 나의 멘탈은 강해져있을 테고 견고하고 단단한 무언가 생겨있을 수도 있다. 비판하는 것은 좋으나,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아닌건 바로바로 이야기 할 줄 알아야 한다.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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